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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유가공 산업전망 - 이만재 (22.12.05)
이름   관리자    |    작성일   2022-12-05 16:04:41    |    조회수   335

2023년 낙농, 유가공산업 전망

 

한국낙농유가공기술원 원장 이 만재

2022125일 축산신문 신년호 기고문

 

 

2022년 낙농산업 정책의 일대 전환은 2023년의 유가공산업 전반에 걸친 새로운 패러다임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크게 두 가지의 낙농산업 기조를 재 부팅하는 것으로 하나는 낙농가 수취 원유 가격구조의 변경과 다른 하나는 낙농산업 정책 결정의 주도기관인 낙농진흥회의 의결구조 변경이다.

 

첫째, 원유의 용도별 차등 가격 제도의 도입은 유가공업체들 에게는 가뭄의 단비처럼 경영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동안 낙농기반 조성이라는 낙농진흥의 대명제 하에 우유가 남든 모자라든 무조건 정책적인 후원하에 결정된 원유가격으로 꼼짝없이 매입을 해야하고 동절기 우유소비가 감소되면 오히려 더 많이 양산되는 원유를 매입하여 유대를 지불하느라 거금의 재고자금을 마련하는 어려움을 겪어가면서 지금까지 성장해 온 유업체들이기에 참으로 반가운 제도개선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경쟁력이 부족한 중소 유업체들은 유가공사업을 계속해야 할까 말까로 주저하던 경영자들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동기도 부여되고 있다. 그러나 수입 유제품들이 냉장 시유제품까지 파고드는 시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국산 우유의 신선함과 위생적인 우월성이 강조되는 제품들을 소비자들이 선택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조건이 수반된다. 또 한편 이미 코로나 사태 이후 급격히 우유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멸균유의 점유율이 새해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는 사실은 국산우유의 신선함과 위생적 우수성이라는 유리한 경쟁력을 스스로 무너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23년부터 유업체들은 용도별 원유의 차등가격이 어떤 품목에 어떻게 적용될지 구체적인 안이 결정되는 바대로 그에 따른 새로운 제품전략을 구상하고 개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낙농가들의 원유생산 상황에 대한 예측은 유업체들이 향후 2~3년 동안 매우 불안정한 원유 조달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예상할 수 있다.

202010원부터 20219월까지 1년간 우리나라의 원유 집유량은 2,047,095톤이었고, 1년 후

202110월부터 20229월까지는 1,990,314톤이었다.

1년 만에 -2.8% 56,781톤이 감소하였다. 이 속도로 감소하면 3년 후엔 축산국이 현재 가격으로 유지하겠다는 물량인 190만톤 이하로 집유되는 셈이다. 이 예상대로라면 낙농가들에게는 약간의 손실이 당장에는 있겠지만 향후 2~3년 후부터 낙농가의 소득구성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후부터는 납유량 전량을 현재와 아무 차이가 없는 유대를 받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더욱이 서울우유가 2021년도에 조사한 조합원실태조사에서 전체 낙농가 중 83.3%의 목장이 앞으로도 경영을 계속하겠다고 응답하였고 무려 16.7%의 낙농가가 향후 5년 이내에 목장을 폐업하겠다(무응답자도 포함)는 의사를 표하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후계자가 있다는 목장이 47.5%에 불과하며, 목장주의 연령이 60~69세가 46.9%, 70세 이상이 9.7%라는 사실도 낙농 생산 기반의 취약성을 대변하고 있다. 설상가상 분뇨처리가 해결되지 못한 목장도 아직 30%가 더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국의 목장들보다 낙농소득이 적어도 15%이상 더 높은 서울우유 조합원의 실태가 이러할진대 지방의 낙농가들이 더 심각하리라는 예견은 밤에 불 보듯 하다. 이렇듯 후계자, 노령 축주, 환경문제 등이 아니라도 스스로 목장을 5년 이내 폐업 의사가 실현된다면 우리나라 전체 집유량은 2026년에 160만톤 정도로 예측할 수 있다. 20229월까지 지난 1년간 백색시유와 가공시유에 사용된 원유량이 1,639,863톤이었다. 이 중 가공시유로 소비된 물량 281,988톤은 상당부분이 수입탈지분유로 대체되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래서 5년 후면 전국 낙농가들이 생산한 원유는 모두 시유에 사용될 정도이니 지금의 유대수준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 용도별 차등 가격제도의 용도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위 같은 기간에 발효유는 55만톤, 치즈는 182,970톤이 소비되어 원유로 환산하면 대략 260만톤 정도이다. 이들은 대부분 수입 유제품으로 볼 수 있다. 위 모든 정황을 고려하여 2026년에 예상되는 유제품의 총소비량은 490만톤 정도이고 국산원유의 점유율은 30%대 초반에 미칠 것이다. 어쩌면 국산원유의 총 납유량이 160만톤에도 미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예상하면 전국의 집유체계와 낙농협동조합들의 집유 구도의 변화도 2023년부터 부분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것은 현재 유업체들이 직접 집유하고 있는 낙농가들의 향방에 대한 심각한 문제도 될 수 있다는 조짐이다.

 

둘째, 낙농산업의 종합구성체인 낙농진흥회의 의결구도가 변경되는 사안이다.

이것은 낙농가 단체들이 스스로 제 발등을 찍은 결과이다. 원래 낙농진흥회의 구성, 운영 목적은 낙농가들의 원유거래교섭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낙농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부가 주도하여 결성한 기관으로서 낙농가의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한 방패역할의 기구인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수년간 낙농가를 대변하는 단체들은 합당하고 적극적인 회의참여를 통하여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할 노력은 등한시하고 전근대적인 막무가내식 집단행동으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에 임하는 정부, 유가공업체, 소비자단체 등에 등을 돌림으로서 결국 거래교섭력이 전무한 낙농가들의 의견과 입장을 반영할 기회와 권리를 스스로 없앤 참으로 딱한 처지를 자초하고 만 것이다. 유가공업체들은 물밀듯 들어오는 수입 유제품들과 두 배나 비싼 원유로 만든 제품으로 경쟁할 수 없는 명료한 이유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주장하는 것이고 낙농가들도 사료값 인상과 환경 부담비용의 발생 등을 주장하여 합당한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일인 것이다. 위에 향후 5년 이내 낙농가의 생산기반 변동문제와 소비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 예상하여 회의에 임한다면 그리 애써 다툴 일도 아닌 것이다. 한편, 정부의 입장에서도 낙농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낙농생산기반의 설정 등 우리나라 낙농산업의 목표와 원유 공급규모를 정하고 이를 공표하여 주도해 간다면 낙농산업의 모든 관계 당사자들이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오래전부터 FTA에 따른 유제품에 대한 수입개방이 예정된 시간표로 짜여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낙농산업의 자급기반을 어떤 원칙으로, 어떤 규모로, 어떤 경쟁력 수준으로 정책적 목표를 수립한 다음 낙농가, 유업체, 소비자단체 등이 모두가 수긍하는 종합적 낙농발전모델을 구축해 나간다면 이런 난리를 겪지 않으리라 믿는다.

생산자인 낙농단체 중심의 집유일원화와 검사공영제로 재정비를 하고 국산 원유의 총수요/생산량을 160만톤, 총 낙농가수 2,100농가, 우군규모를 착유우70, 두당산유량 11,000Kg/ME, 낙농지구 설정, 시유 위생기준 세균 및 체세표 1등급 원유 적용 등으로 낙농생산기반을 설정하여 정책적인 지원을 추진한다면 적정한 수준이라고 필자는 제안한다. 여기에 덧붙여 후계자양성 프로그램으로 젊은 낙농가들이 의지가 있다면 정부가 낙농 시설, 우군조성, 낙농지구 제공 등을 지원한다면 참으로 바람직한 낙농산업의 구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올해 호주정부는 낙농가들에게 환경분담금을 부과하기 시작하여 원유가격이 거의 700원대로 치솟고 있다. 유럽도 고에너지 문제와 환경문제로 유대가 들썩이고 있다. 필자가 우리 낙농가들의 목표 우군 규모를 70두로 제안한 것은 유대를 1,000원 미만으로 억제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고 이를 잘 유지한다면 적어도 수입 시유만큼은 잘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 이기도 하다. 30여년 전 일본 낙농이 유대 100, 우군 30, 산유량 6,000kg 일 때 어떤 낙농 전공학자가 7.7.7.낙농이라는 주장으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유대 70, 우군 70, 산유량7,000kg을 일본 낙농의 목표로 해야 일본 낙농이 수입 개방 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우군의 규모를 늘리고 산유능력을 올리면 원유가격을 낮추어도 경쟁력이 있다는 뻔한 논리지만 지금 우리가 다시 곱씹어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낙농진흥법에 따라 낙농 생산기반 확보정책을 유지한다는 의지가 있다면, 위에 필자가 제안한 낙농 생산 규모를 기준으로 낙농가의 소득을 도시근로자의 3~4배 정도로 유지해 줄 필요가 있다. 도시근로자는 연간 1,600시간 정도 일하는 반면 낙농가들은 5,100시간 이상 일하기 때문이다. 어떤 낙농 선진국들도 FTA 협상에서 자국의 낙농 생산 기반이 허물어져도 상관없이 낙농 시장을 확 열어 준 나라는 한국밖에는 하나도 없다. FTA를 내세워 가장 자유시장 개방을 외치며 큰소리치는 미국조차도 자국의 낙농 생산 기반이 위협받지 않도록 대응하는 걸 보지 않아도, EU, 일본, 스웨덴 등의 낙농국들이 하나같이 자국의 낙농 생산 기반을 보호하려는 정책적이고 국가적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미 쌀보다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이 훨씬 더 많아진 우리나라도 낙농 생산 기반을 유지해야 함은 당연한 국가적인 가치관이고 정당한 태도이다.

 

이상 2023년에 진행될 낙농산업의 두 가지 새로운 큰 변화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활발한 유가공산업의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신제품의 개발도 신선한 국산원유의 이용범위가 확대되어 보다 풍부한 풍미와 깊은 원유 고유의 맛으로 개발되는 유가공제품들의 출시가 경쟁적으로 전개될 것이 기대된다. 한편 집유체계의 변화도 낙농가 수의 급격한 감소추이가 진행됨에 따른 구조조정이 자연적으로 뒤따라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이러한 한국 낙농, 유가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되면서 새해에는 보다 수준높은 한국 낙농, 유가공산업으로 발전되는 초석이 마련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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